d SCHOOL ‘알기 쉬운 한국 술’을 마치고
지난주 금요일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 앞마당에서 열린 d SCHOOL ‘알기 쉬운 한국 술’. 경리단길에 위치한 한국술집 ‘안씨막걸리’의 대표 안상현씨를 강사로 모시고 야외에서 간단한 안주류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한국술을 시음하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 우리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안상현씨는 디앤디파트먼트가 지향하는 ‘전하는 가게’에 크게 공감하여 지금까지 개최한 d SCHOOL에 여러 번 참가하면서 서울점과의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요. 디앤디파트먼트가 우리 지역의 물건과 지역의 디자인을 전하듯, 안씨막걸리 또한 우리 지역의 술을 소중히하고 널리 전하고자 노력하는 ‘전하는 가게’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과 안씨막걸리가 함께 우리 술에 대한 공부회를 개최하게 되어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안상현씨가 준비해주신 아홉 종류의 한국술. 다양한 디자인의 병 패키지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소주나 막걸리, 정종 병과는 또 다른 감각적인 디자인이 시작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는데요. 사진 상의 오른쪽부터 왼쪽 방향으로 도수가 낮고 가벼운 술로 시작해 가장 마지막에는 40도 이상의 독주를 마셔보게 됩니다.
특별히 이번 공부회의 자료로 제공해주신 안씨막걸리의 오리지널 한국술 맛표. 안씨막걸리에서 선정한 한국술을 단맛, 담백한 맛, 가벼운 맛, 무거운 맛을 기준으로 그래프 상에 심플한 디자인으로 나타냈습니다. 취향에 맞는 술을 한눈에 알 수 있어 앞으로도 너무나 유용한 자료가 될 것 같네요.
이날의 강연에서 안상현씨가 거듭 강조한 한국술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쌀로 만드는 한국술은 성상에 따라 크게 탁주, 청주, 증류주의 3가지로 구분된다는 점입니다. 보리로 맥주를 만들고 포도로 와인을 만들듯, 전통적으로 각 나라마다 지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이나 과일로 발효주를 만들어 왔는데요. 주식인 쌀을 가장 널리 경작해온 우리나라에서는 쌀로 술을 만들어 왔습니다.
쌀을 발효시키면 아래로 가라앉는 탁한 술 ‘탁주’와 위의 맑은 술 ‘청주’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청주를 증류하면, 즉 끓이면 ‘증류주(소주)’가 되는 것인데요. 시음주 역시 몇 가지 술을 탁주, 청주, 증류주의 단계별로 준비해주셨습니다. 예를 들어 미인 탁주-미인 청주, 솔송주 청주-솔송주 소주의 순으로 시음을 해보는 것. 때문에 같은 술이라도 성상에 따라 그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차이를 바로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술에는 안주가 빠질 수 없죠.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마당 한쪽에서는 특별히 배수열대표님께서 손수 김치전과 부추전을 만들어 주셨고, 스탭들은 서울점에서 판매하는 영덕게살캔을 이용해 게살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간단히 마련한 메뉴였지만 남김없이 맛있게 먹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참가자 중에는 술을 공부중이거나 바 직원인 분, 유럽 맥주기행을 다녀온 분, 막걸리 사업을 구상중인 분, 양조장 브랜딩 경험이 있는 분 등 단순히 술을 즐기는 것 이상으로, 직업과도 관련된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강연 중간 중간 심도있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막걸리는 맛이 유지되는 기간이 짧다고 생각하는데, 유통과 판매 과정에서 그 맛을 잃지는 않을 지 걱정된다, 안상현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맛이 가장 좋은 기간을 상미기한이라고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술은 그 양조장 굴뚝 그림자 안에서만 맛있다, 라고 말을 할 정도로 멀리 갈수록 그 맛을 잃게된다고 여겨지죠. 외국 한식당에서 만든 김치 맛이 전라도의 진짜 김치맛과 다르듯 말입니다. 막걸리도 물론 그런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것이, 대부분의 술은 숙성되면 그 맛이 더 깊어집니다. 김치과 비교하면 갓담은 김치와 신김치의 맛이 다르듯 말이죠. 술이라는 것도 꼭 살아있을 때만 맛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생각하면, 최고의 스시를 먹기 위해 일본을 가거나 최고의 프랜치 레스토랑을 가기 위해 프랑스에 가듯, 최고의 막걸리를 먹기 위해 한국에 오게끔 만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홉 가지 술을 모두 시음한 후, 1번부터 9번까지 가장 맛있었던 술이 어떤 것이었는지 손을 들어 확인해보았습니다. 미인 탁주/청주의 인기가 높았고, 떡을 누룩으로 발효시켜 만든 백설공주라는 떠먹는 술이 새로워서인지 반응이 좋았네요. 그 맛이 왜 좋았는지, 좋았던 이유에 대해 직접 말로 설명을 해봄으로써 각자의 취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약 두 시간동안 한국술에 대한 이야기로 한껏 무르익은 밤은 다함께 건배를 외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한 잔 두 잔 술을 맛보며 릴렉스된 참가자 분들은 공부회가 끝나고도 삼삼오오 모여 우리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흔히 아무리 좋은 음식과 술이라도 현지의 맛에는 따라갈 수 없다고들 하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술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공부회를 계기로 쌀로 빚는 우리 술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가 있고 고집과 신념을 갖고 술을 만들고 있는 양조장 또한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하고 깊은 우리술의 세계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즐기는 문화가 생기길 바래봅니다.
D&DEPARTMENT SEOUL 부점장 김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