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순례여행 ①충북 음성 삼화금속
디앤디파트먼트는 단순히 디자인이 좋은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아닙니다. 누가 언제부터 어떻게, 어떤 생각을 갖고 만드는 지 물건에 담긴 스토리를 전하고, 나아가 올바른 생산 방식을 거쳐 롱라이프 할 수 있는 올바른 물건을 선정, 소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물건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매장 직원들부터 물건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반드시 필요한데요. 지난 6월 5~6일 이틀간, 서울점에서는 우리들이 취급하고 소개하고 있는 한국 지역의 물건, 코리아셀렉트 상품의 생산자와 직접 만나기 위해 지방으로 산지 순례를 떠났습니다. 함께 서울을 벗어나 먼 지방으로 견학을 가는 것은 처음이라 모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출발했는데요. 일본 디앤디파트먼트의 아이마사장님도 동행한 이번 산지 순례 여행의 그 첫 번째 목적지, 충북 음성의 삼화금속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서울에서 약 두시간. 충북 음성에 위치한 삼화금속 공장은 전통 무쇠 가마솥을 만드는 곳입니다. 전통 가마솥이라고 해도 역시 중국산이 시장의 80~90%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 현실. 삼화금속은 좋은 재료로 전통 방식을 고수해 올바른 가마솥을 만들고 있습니다. 가마솥은 따로 식약처의 재질 검사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비용을 낮추기 위해 원료에 고철 등의 이물을 섞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삼화금속의 가마솥은 100% 선철만을 사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 측에서 식약처로 검사를 신청할 정도로 올바른 상품에 대한 자부심도 갖고 있는 곳입니다.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어마어마한 크기의 가마솥들! 길들이기 작업을 기다리는 수십 수백개의 산처럼 쌓인 가마솥의 광경에 압도당했습니다. 업무 도중 반갑게 저희를 맞이해주신 김국한 사장님은 친절하게 공장 곳곳을 안내해주셨습니다.
삼화금속에서는 전통가마솥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쇠 제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서울점에서 판매중인 가정용 미니가마솥과 프라이팬, 전골팬 역시 상품화가 되길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국내산 주물솥류는 수입산과 비교해 원료가 좋은 것은 물론 두께가 두껍고 묵직해 내구성 역시 뛰어나다고 합니다. 가마솥은 관리를 잘 하며 사용하면 2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고.
본격적으로 가마솥이 만들어지는 공장 내부에 들어가볼 수 있었습니다. 수 십년 간 가마솥을 만들어 오셨다는 공장장님과 나이가 지긋한 직원 분들이 묵묵히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사장님께서 실제 작업 순서대로 가마솥이 만들어지는 공정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가마솥 하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형틀은 몸통 4개, 뚜껑 2개로 총 6개. 몸통 부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중자라고 부르는 흙심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위 아래 두 개의 형틀을 조립해 흙을 채워넣고 꼼꼼히 다진 뒤 틀을 제거하면 사진에 보이는 동그란 흙심이 만들어집니다. 흙심이 되는 이 흙을 제조하는 것 역시 까다로운 공정. 흙 속의 가스가 잘 빠져나가도록 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완성된 흙심에 다시 다른 두 개의 거푸집을 씌우면 쇳물을 붓기 전의 준비가 끝납니다.
쇳물을 붓는 작업은 하루 두 번 진행되는데, 운이 좋게도 방문한 시간동안 쇳물 붓는 작업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뚜껑을 만드는 형틀에 쇳물을 붓는 모습인데요. 고압전류로 무쇠를 녹여 만든 쇳물을 큰 국자에 담아 양쪽에서 정확히 부어주어야 합니다. 이 때 끓는 쇳물의 온도는 최고 1800도. 가까이 서있는 것만으로도 그 열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또한 쇳물이 가득찬 국자의 무게는 약 40kg나 된다고 하는데요. 이 작업은 고도의 기술과 체력을 요하는데, 이제 공장에 남아있는 직원들의 나이는 대부분 50대~60대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무리한 작업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해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술은 단기간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외국인 근로자는 약 3년에서 5년동안 장인 밑에서 배우게 된다고 하네요. 국내에 이러한 기술을 전수받을 젊은이가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운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쇳물을 부어 만든 가마솥을 흙에 식혀주면 형태를 만드는 단계는 완성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만든 가마솥을 사용하기 위해 길들이기 작업을 해야하는데요. 가마솥을 세척하고 건조한 뒤 기름을 칠하고 말리고를 계속 반복해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검고 윤기있는 가마솥의 색깔을 띄게 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가마솥으로 아주 맛있는 가마솥 밥을 지을 수 있는 거죠 ^^
우리가 판매하는 작은 가마솥 하나가 어떠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직접 두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가마솥을 대하는 마음도 전과는 많이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물건을 구매하고 사용할 때, 그 물건을 만든 생산자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 아닐까요. 삼화금속의 김국한 사장님은 무형문화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사장님은 기존의 가마솥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 더 우수한 가마솥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존의 전통을 소중히하며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시대에도 계속 사용될 수 있는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한 사장님의 연구심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따뜻한 환영과 친철한 안내를 도와주신 사장님과 다음 만남을 약속하며 공장 견학을 마쳤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전라남도 담양. 대나무 산지로 유명한 담양의 죽세공 장인을 만나러 갔습니다. 담양 리포트도 기대해 주세요!
D&DEPARMENT SEOUL 부지점장 김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