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순례여행 ②전남 담양 남상보 장인

충북 음성 삼화금속의 공장 견학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로 찾은 곳은 대나무 산지로 유명한 전라남도 담양입니다. 마찬가지로 서울점의 코리아셀렉트인 대나무 원바구니와 도시락바구니를 만들고 있는 남상보 장인을 만나기 위해서인데요. 음성에서 담양까지 달려가니 이미 도착한 시간은 늦은 저녁. 담양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남상보씨 댁을 찾았습니다. 남상보씨와 사모님, 그리고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설진철씨께서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저희를 아주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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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쑥차 한 잔과 함께 둘러앉아 이런 저런 궁금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요. 벌써 여든을 훌쩍 넘긴 남상보씨는 성인이 되기 전,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평생동안 대나무제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전과는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마을의 열 집 중  여덟 아홉 집이 대나무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특히 추운 겨울, 밭일을 할 수 없는 시기에는 겨울 내 집안에서 가족 모두가 대나무제품을 만들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든 물건을 5일장에 내다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던 거죠. 또한 전쟁 때에는 나라에서 대나무 도시락 바구니 한 개를 쌀과 바꿔주었다고 하는데요. 대나무 도시락이 군인들의 도시락으로 쓰여졌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굶주린 시절이었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심지어 어린 아이들까지 쌀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나무 도시락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지역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역의 대나무를 사용해 물건을 만들며 생활을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 마을에서 대나무제품을 만드는 것은 오직 남상보씨 한 사람 뿐. 그나마 80년대까지는 국산 대나무제품의 수요가 있었지만, 90년대부터 값싼 중국산, 베트남산 등 수입산이 들어오면서 시장을 장악했고 비교적 가격이 높은 국산 대나무제품들은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은 장인들이 생업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물건이 오로지 가격으로만 판단되어지고, 그로 인해 많은 국내 생산자들이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우리 것을 소중히하고 우리나라의 생산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한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역시 최근에는 점점 우리 것, 우리 물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씩이나마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남상보씨 역시 주문이 전보다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수요가 늘어난다고는 해도, 이제는 지역에서 생산자를 찾기 어렵습니다. 많은 생산자, 장인들이 도중에 생업을 변경하거나 그만두었기 때문에 주문량만큼 물건을 만들 사람이 없는 것이죠. 후계자 양성 문제도 있습니다. 삼화금속과도 똑같은 경우로, 이곳 역시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 사람들이 없어 앞으로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네요.
진지하고 열띈 대화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이 몰랐는데요. 이제는 작업하시는 모습을 조금 엿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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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바구니는 대나무를 얇게 쪼개는 작업부터 완성까지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대나무는 크게 자라면 그 길이가 20m나 되며, 평균 지름이 8cm, 둘레는 24cm정도라고. 이 대나무를 일정하게 쪼개 약 60개의 얇고 긴 조각으로 만드는데, 대나무마다 그 크기가 다르고 같은 대나무라도 위 아래의 둘레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에 똑같은 간격으로 쪼개는 것이 아주 어려운 기술이라고 합니다. 얇게 쪼갠 대나무는 방 한바퀴를 돌아 나올 정도로 그 길이가 정말 길었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해 온 도구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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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쪼갠 대나무를 엮는 과정을 지켜보았는데요. 빠르고 정확하게 엮어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정말 오랫동안 만들어 온 사람이 아니면 엄두도 못낼 솜씨라고.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그 수평을 맞추는 일이 아주 까다롭다고 하는데요. 조금만 그 각도가 틀어져도 둘레가 좁아지거나 벌어져버리기 때문. 형태가 완성되면 막대기를 사용해 가볍게 내리치면서 잔가시를 없애고 모양을 정돈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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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집 뒷산에 있는 대나무밭을 구경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자란 질 좋은 대나무로 여러가지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인데요. 촘촘하고 곧게 뻗은 대나무들. 대나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주로 거제도에서 많이 자라는 ‘맹종죽’은 죽순으로 많이 먹는 대나무이며 ‘분죽’이 주로 대바구니를 만드는 강한 대나무,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대나무 중 가장 큰(길이) ‘왕대’는 질이 아주 연한 종류라고. 그리고 주로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대나무는 단단한 편이라 물건을 만들기에 적합한 반면, 일본의 경우 습기가 많은 기후 탓에 대나무 역시 무른 성질이 강해 상품화하기가 까다롭다고 하네요.  장인에게 배우는 대나무 공부회였습니다^^

남상보씨는 많은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대나무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물건을 만드는 동안만큼은 날카로운 눈빛과 젊은이에게도 뒤지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직접 뵙고 나니 평생동안 오로지 한 가지 일에 열정을 바쳐 온 모습이 너무나 존경스러웠습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남상보씨와 사모님, 설진철씨 역시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는 저희와 직접 만날 수 있어 기뻐하셨는데요. 생산자와 판매자가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로 지내기보다 내가 판매하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 내가 만든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서로 신뢰를 쌓아가고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야말로 ‘전하는 가게’에서 지향하는 올바른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점 스태프들에게 커다란 죽순을 챙겨주시며 집 밖 골목까지 나와 배웅을 해주시던 남상보씨.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D&DEPARTMENT SEOUL 부점장 김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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